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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수족냉증(手足冷症)


인터넷의 건강관련기사에서 수족냉증에 대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기사의 주제는 ‘수족냉증이 왜 여성에게 더 많은가?’에 관한 것이었다. 해답은 네 가지로 정리 되어 있었는데 요약하자면, 생리와 출산에 의한 여성 호르몬 변화가 첫 번째 원인이고 둘째는 남성보다 쉽게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생기는 혈액순환 장애, 세 번째는 가사일이나 짧은 치마 배꼽티 등으로 신체의 온도가 떨어지는 것, 마지막으로 자궁이나 난소 등 남성에게는 없는 내장기관에 혈액이 모여 말초 순환이 저해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기사를 보고 서양 의학적인 관점에서 기사를 작성했음에도 여성이라는 성별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신선했다. 서양 의학에서는 생리나 임신 등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진단과 치료에 남녀의 차이를 크게 구분하지 않는다. 예컨대 역류성 식도염과 같은 질환은 서양 의학에서도 통계적으로 여성에게 이환율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는 남녀에 구분이 없다. 수족냉증은 문자 그대로 손과 발의 병인데 손발은 남성과 여성모두 가지고 있는 신체의 부위이다. 때문에 서양 의학에서 성별을 구별하여 진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네 가지 원인을 찾아 분석한 점이 흥미로웠다.

 

한의학에서는 대부분의 병에서 남성과 여성의 개별 특수성을 많이 고려하는 편인데 수족냉증 역시 마찬가지이다. 보통 한의학에서 말하는 여성의 특수성이란 ‘기울(스트레스)’의 경향성이 높다는 것과 ‘여자포(자궁)’의 존재이다.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과거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들에게 억압받으며 살던 데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현대사회에서 이를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하는 의견도 있지만, 한의학에서 말하는 여성의 스트레스란 단순히 문화적 차이에서 유래하는 것이 아닌 인체 구조와 연관된 것이다.

 

우리가 흔히 ‘히스테리’라고 쓰는 'hysteria'라는 용어도 사실 그리스 어원으로 ‘자궁’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이처럼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쉽게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것은 사회적으로 학습된 것이나 문화적으로 적응된 결과가 아닌 남성과 다른 인체의 구조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결과물이다. 쉽게 말해 그렇게 타고 났다는 것이다. 이를 성차별적인 발언으로 오해할 게 아니라 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생리 기간에 정서의 변화가 생기는 것은 사회 문화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앞서 말한 기사에서 네 가지 원인을 언급했지만 정리하자면 한의학적으로는 하나의 원인으로 통합된다. 즉 자궁(단전)이 차가워지는 것이다. 자궁이 있어 남성보다 쉽게 마음이 아프고 이로 인해 다시 자궁의 기운이 떨어져 차가워지는 것이다. 기사에서 말한 여성 호르몬 변화도 자궁과 연관된 난소에서 분비되므로 모두 같은 맥락의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다. 또한 배꼽티, 짧은 치마도 자궁이 있는 아랫배의 온도를 떨어뜨림으로 자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여성에게 있어 자궁을 단전으로 보았다. 단전은 인체의 양기가 모이는 곳으로 생명의 근원이다. 따라서 우리 선조들은 수족냉증을 단순히 손발의 문제가 아닌 생명의 근원이 식어가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손발이 찬 여성들에게 평생 단전에 뜸을 뜨거나 자궁을 치료하는 약재를 복용시켰다. 사실 손발만 차갑고 아랫배는 따뜻하다면 문제가 심각하진 않다. 온 몸을 다 덥힐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인체 스스로 중요한 곳에 먼저 따뜻한 혈액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손발이 차면서 아랫배까지 차가워진다면 이는 병이 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럴 때는 그냥 지나칠게 아니라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체크해 보아야 한다.

 

2009.04.19.

이태형한의원장 이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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