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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한의학과 면역기능 (신종 플루에 대한 소고)

지난 주 신종 플루로 인하여 최악의 경우 2만 여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정부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국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신종 플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변 지인들로부터 예방주사나 예방약이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

현재까지 발표된 바로는 아직 신종 플루를 예방할 수 있는 약이나 주사는 개발되지 않았다. 많이 알려진 타미 플루라는 약도 바이러스가 세포를 전염시키는 과정을 차단하는 약이므로 초기에 복용할수록 효과가 좋을 뿐 이 약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온 몸의 세포가 감염된 후에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사실 아직까지 바이러스를 직접적으로 죽일 수 있는 약은 개발되어 있지 않다. 보통 말하는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의 복제나 전염과정을 차단 시켜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일반적인 감기로 병원을 찾아 처방받는 항생제는 사실 세균을 죽이는 약물이지 바이러스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감기는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항생제를 복용하는 이유는 바이러스로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세균 감염이 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항생제가 세균을 직접 죽이듯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 약이 개발되면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감기 바이러스는 어떻게 치료되는가? 이는 바로 우리 몸 내부의 천연 방어 시스템인 면역계가 발동하여 바이러스를 죽이기 때문에 감기가 치료되는 것이다. 오늘은 이 면역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겠다.


한의학의 경전인 황제내경의 유명한 문장 중 ‘正氣存內, 邪不可干’이라는 말이 있다. 해석하자면 ‘인체 내에 정기가 자리 잡고 있으면 사기가 쳐들어오지 못한다.’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정기’란 우리 몸의 면역과 같은 것이고 ‘사기’란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외부에서 인체를 공격하는 요소를 말한다.

이 두 가지 요소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의학의 큰 갈래가 나누어지는데 먼저 인체의 정기에 중점을 둔 경우는 인체에 사기가 쳐들어와 병이 나도 사기를 죽이거나 몰아내는 데 주안점을 두지 않고 정기 자체를 북돋아서 몸 자체가 스스로 사기를 쫓아내게 하는 치료 방법을 쓴다. 반대로 사기에 중점을 둔 경우는 사기 자체를 공격하는 치료법을 쓰는 식이다.

한의학에는 이 두 가지 치료 방법이 모두 갖추어져 있지만 큰 사상이나 흐름은 전자의 치료법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두 관점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정기를 중심으로 보는 한의학의 경우는 예방적인 차원에서 장점이 있다. 

 

진료실에서 보는 소아 환자 중 유치원이나 동네에서 감기를 잘 옮아 다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감기가 걸렸을 때마다 치료를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 전에 정기를 길러서 면역력을 키워주는 치료가 근본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전염성 질환에 걸린 환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이 다 전염병에 걸리지는 않는데 이는 개개인이 가진 면역력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결과이다.

 

한의학에서는 ‘溫補’라는 개념이 있는데 글자 그대로 따뜻한 성질의 약재로 몸을 보한다는 뜻이다. 최근 면역학자들이 이와 관련된 내용을 증명하여 논문으로 발표해 국내 뉴스에도 보도가 난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은 체온을 높이면 체내의 면역 세포들이 더 활발하게 일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한의학에서 감기에 많이 쓰이는 약재들 중 대표적인 것이 마황, 계지(계피)라는 약재인데 이 두 약재 모두 체표면의 혈류 순환을 증가시켜 땀을 내게 하는 작용이 있다. 즉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킴으로 ‘정기’의 작용을 도와주는 것이다.

예전에 조류 독감이 유행할 때도 한국인은 김치를 먹어서 잘 전염되지 않는다는 설이 있었는데 실제로 매운 김치를 먹으면 체온이 올라가는 작용이 있으므로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 때처럼 이번 신종 플루 사태도 감히 한국인은 쉽게 전염시키지 못하리라 전망해 보고 싶다.

 

2009.8.28.

이태형한의원장 이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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