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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체기(滯氣)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흔히 ‘체’했다는 말을 많이 쓴다. 한의원에서도 ‘체기’가 있다고 내원하는 환자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체했다고 하면 할머니님이 등을 쓸어내리고 손가락에 실을 묶어 바늘로 피를 냈던 기억들도 있을 것이다. 피가 나면 그 피가 검은빛인지 선홍빛인지를 보아 체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했던 기억도 난다. 오늘은 이 ‘체’라는 단어의 유래와 정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자.

 

서양 의학에서는 ‘체했다’라는 개념이 없다. 실제로 ‘체기’가 있어 위내시경을 해도 음식이 뭉쳐있다거나 위장이 막혀있지는 않다. 이 체라는 것은 ‘기운이 체했다.’고 하는 기체에서 나온 단어이다. 즉 원활히 순환해야 할 기운이 움직이지 않고 정체되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서 通則不痛 不通則痛(소통되면 아프지 않고 소통되지 않으면 아프다)이라고 했다. 이는 기운의 소통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12 경락을 따라 소통하는 기운이 원활히 흐르면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장부의 기능들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운이 정체되고 막히게 되면 몸의 신진 대사 능력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장부의 기능도 실조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것이 기운이 뭉친 곳에서 발생하는 통증인데 이걸 현대 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기운이 뭉친 곳에서는 혈류가 저체(沮滯)되어 그 결과 조직액이 순환하지 못해 부종이 생기고 이것이 심해지면 염증까지 유발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관절이나 근육에 생기는 통증은 물론이고 내장에서 유래하는 질환도 이러한 체기가 원인이 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질환이 음식으로 인한 식상증, 스트레스로 인한 화병, 기울로 인한 변비 등이다. 음식을 잘못 먹어 위장의 운동이 저체되면 이로 인해 기운 소통이 원활치 않고 막힌 기운이 위로 치받아 올라 토할 것 같고, 두통이나 어지러움 등을 유발한다. 독자들 중에서도 식체로 인한 구역감이나 두통, 어지러움 증을 경험한 분들이 상당 수 있을 것이다.

 

 

강홍순 꿈 4F(33cm x 24cm) Mixed media on canvas 2008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의 체간을 상중하로 나누어 상초(上焦) 중초(中焦) 하초(下焦)라고 하는데 중초에 기운이 막혀 생기는 병이 식체라면 상초에 기운이 울결되어 생기는 병이 화병이다. 화병이 생기면 양 유두 사이의 전중혈을 눌렀을 때 심한 압통이 느껴지는데 과도한 스트레스를 가진 여성들에게 이러한 증상이 많다. 화병이 생기면 소화도 잘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중초까지 기운이 막힌 것이라 볼 수 있다.

인체에서 화기는 아래로 내려가 발이 따뜻하고 수기는 올라가 머리가 서늘한 것이 정상인데 기운이 막히면 수승화강이 되지 않아 화기가 치받아 오르고 수기는 내려가 아랫배나 발은 차면서도 얼굴에는 열이 오르고 눈이 쉽게 충혈 되며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운 증상이 생긴다. 즉 중초나 상초의 기운 소통이 원활치 않아 차가운 수기(냉기)가 하초에 쌓이면 하초 역시 소통이 되지 않고 냉해지는데 이럴 때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변비이다. 하초에 냉기가 쌓여 장의 운동이 원활하지 못하면 변비가 생기는데 이러한 것도 결국 체기에 의한 결과이다.

한의학에는 청상(淸上) 통중(通中) 온하(溫下)라는 치료의 대전제가 있다. 중초의 기운 소통을 원활이 하고 상초는 시원하게 만들고 하초는 따뜻하게 하라는 의미이다. 중초에 있는 비위는 인체의 중심으로 기운의 승강을 만들어 내는 곳인데 음식으로 인해 위장에 체기가 생기면 수승화강이 거꾸로 되어버린다. 따라서 중초를 통하게 하면 수승화강이 원활해져 청상과 온하는 자동으로 되는 것이다. 체기라는 용어가 식상증과 관계되어 많이 쓰이는 이유가 중초가 기운 승강의 가장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손을 따는 것과 체기는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기운은 원래 사지로 원활히 순환해야 정상인데 체하게 되면 기운이 중초에 뭉쳐 사지로 퍼지지 않는다. 이럴 때 손끝을 따서 피를 내면 중초에서 뭉쳤던 기운이 사지로 돌아 나오게 되면서 기혈 순환이 유도되는 것이다. 사람이 갑자기 졸도하면 팔다리를 주무르는데 이것도 비슷한 원리이다. 손끝을 따는 것은 응급 상황에서 기운 소통을 도와주는 훌륭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2011.05.22.

이태형한의원장 이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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