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중풍(中風)

올해는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를 낮추는 라니냐 현상이 1989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강력해, 한반도 지역에 맹추위를 몰고 온다고 한다. 아직 겨울이 멀었는데도 바람은 이미 겨울바람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몸이 굳어지고 그러다보면 평소 아프던 곳은 더 아프기 마련이다. 또한 추위로 인해 몸이 굳고 근육이 긴장하면 혈압도 쉽게 올라가는데 이로 인해 각종 건강 프로나 칼럼에 뇌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외출을 자제하라는 당부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뇌혈관계 질환이라면 대표적인 것이 중풍인데 오늘은 중풍의 원인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왜 중풍일까? 중풍은 한자로 中風이다. 여기서 中은 ‘가운데’란 의미가 아니라 ‘적중한다’의 의미이다. 즉 중풍이란 ‘바람에 제대로 한 방 맞았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중풍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바람, 즉 ‘風’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동의보감의 중풍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면 ‘賊風虛邪中人(적풍허사중인)’이라는 항목이 나온다. 사실 이 문구를 줄인 것이 중풍이다. 이 문구를 해석하면 ‘적풍과 허사가 사람에 적중한다.’라는 의미로 여기서 적풍과 허사는 외부에서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즉 온도, 시간, 지역과 같은 것들을 의미한다. 옛 의서들을 보면 실제로 사람들이 대청마루나 물을 뿌린 돗자리 위에서 자다가 중풍에 걸렸다는 기록이 있다. 옛 사람들의 눈에는 아마도 이런 좋지 않은 환경이 중풍이라는 병을 만들었을 거라고 본 모양인다.

 

그런데 동의보감을 살펴보면 날씨가 차고 더운 것이 알맞은 때도 중풍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그 사람의 기운이 본디 약했기 때문에 허사와 적풍에 쉽게 공격당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요즘도 환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설날 추운 날씨에 차례를 지내러 산소에 갔다가 중풍을 맞았다는 사람도 있고 집 안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졌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를 보면 꼭 외부 환경 때문에 중풍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운이 충만한 사람은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조절하는 작용이 쉬운데 기운이 약한 사람은 외부의 환경에 의해 쉽게 몸이 흔들린다. 즉 허사적풍에 쉽게 적중된다는 것이다.

 

 

(추연근: 江心 *20F(73cm x 61cm) 캔버스에 유채 2007)

 

정리해보면 외부의 환경이 열악해서 인체가 견뎌내지 못하고 중풍에 걸리는 상황과 외부의 환경이 좋더라도 인체 내부의 기운이 약해 중풍이 오는 상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조선 시대 정도만 해도 계층이 낮은 천민들은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집이나 옷이 부족하였을 것이고 이로 인해 평소 건강하던 사람들도 혹독한 추위에 의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올라가서 중풍을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외부 환경을 이겨낼 문명이 충분히 발달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걱정보다는 인체 내부의 문제가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인체 내부의 원인이란 氣 , 火, 濕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氣란 기운이 약한 것, 火란 성을 많이 내고 쉽게 스트레스 받는 것, 濕이란 몸이 붓거나 지방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특히 濕에 대해 동의보감에서는 ‘대체로 중풍은 50살이 지나 기운이 쇠약할 때에 흔히 생기고 청장년시기에는 잘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살이 몹시 찐 경우에는 혹 생기기도 하는데 그것은 몸체는 실하나 기운이 약한 까닭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통계 자료에 의하면 예전에 비해 뇌졸중 발병의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과도한 열량 섭취로 인한 비만율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요약해보면 중풍이 오는데는 외부적인 환경도 영향을 미치지만 현대는 인체의 내부적인 요인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외부 환경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운을 기르고 화를 내지 않으며 적당한 운동을 통해 비만도를 관리하는 것이 현대인에 맞는 중풍 예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2010.10.30.

이태형한의원장 이태형.



목록 | 전달 | 웹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