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안구피로

지난 호에 안구건조증에 대해 설명하면서 현대인들이 발달된 디스플레이 기기 때문에 눈을 혹사당하고 있다는 설명을 했었다. 그래서인지 요즘 직장인들을 만나보면 안과진료를 받아 봐도 별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눈이 피로하고 때로는 눈을 뜨고 있기 힘들 정도로 우리하게 아프다거나 저녁만 되면 눈이 심하게 충혈되어 뻑뻑하고 마치 눈에 먼지가 들어간 것처럼 뜨기가 힘들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 대부분은 사무실 내에서 컴퓨터 작업을 주로 하는 사무직 회사원들이지만 한의사의 입장에서는 이들 모두가 안구노동자들이다.

 

인체 기관의 기능이란 한계점이 있기 때문에 많이 쓰면 그만큼 쉽게 피로해지는 것이 당연한데 하물며 근육처럼 단련시키기도 어려운 안구가 심한 노동에 피로해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얼마 전 월드컵 때문에 3D TV가 시장에서 특수를 누린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안그래도 피곤한 우리의 눈이 더욱 피곤해질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눈의 피로에 대한 원인과 해결 대책을 말해보고자 한다.

 

 닫기

(이동업: 소나무 *10P(53cm x 41cm) 캔버스에 혼합재료 2009 )

 

한의학에서는 눈, 코, 입, 귀, 혀를 오관이라고 하는데 이 다섯 가지는 각각 오장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창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 때 굳이 배를 갈라보지 않고도 오장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겉으로 드러난 오관과 오장을 연결해 주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 중 눈은 간의 상태가 드러나는 곳이다.

 

한의학에서 간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피를 저장하는 것(肝藏血)인데 인체가 활동하지 않거나 잠들 때에는 혈액을 거두어 들여 저장하다가 인체가 활발히 움직일 때는 피를 보내주어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따라서 혈에 열이 있거나 어혈이 있으면 간의 상태가 나쁘게 되고 이러한 정보는 눈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밤늦도록 책이나 모니터, TV를 보거나 조각과 같은 미세한 작업을 하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혈이 소모되고 혈이 안구를 충분히 영양하지 못해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심한 경우는 눈에서 부족한 혈액을 더 끌어당기기 위해 안구에 혈관이 생성되어 미관상 좋지 못하게 된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고 음주나 기름진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혈에 열이 발생하여 간의 기운이 치밀어 올라 쉽게 분노하고 안구가 자주 충혈이 되어 붉게 변하며 심하면 눈이 붓기도 하고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리게 된다. 특히 현대인들의 눈은 과도한 눈의 노동이 제일 큰 문제이기 때문에 눈의 피로를 막고 건강한 눈을 만들려면 눈의 노동 시간을 줄여 주는 것이 급선무이다.

 

업무 시간 중간에 짬을 내어 잠시라도 눈을 감고 눈이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눈을 감은 상태에서 눈동자를 상하좌우로 움직여 모니터에만 고정되어 뻣뻣해진 안구의 근육들을 풀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모니터의 해상도를 조절하여 글자가 너무 작아 인상을 찌푸리면서 모니터를 응시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흔들리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보는 것도 사실 눈에는 악영향을 끼치므로 자제해야 한다. 특히나 하루 종일 직장에서 모니터 화면과 씨름하는 사람이라면 출퇴근 하는 지하철에서만큼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쉬어주는 것이 좋다.

 

끝으로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눈병의 원인 몇 가지와 안구 피로에 좋은 차를 소개할까 한다. 眼病所因(눈 병의 원인-동의보감 중 발췌)

○매운 것을 먹는 것.

○뜨거운 음식만 먹는 것.

○연기가 나는데 오랫동안 있는 것.

○밤에 오랫동안 글을 읽는 것.

○술을 한정 없이 마시는 것.

○눈물을 지나치게 흘리는 것.

○해와 달을 자주 쳐다보는 것.

○찬바람과 서리를 맞는 것.

 

2010.05.28.

이태형한의원장 이태형.



목록 | 전달 | 웹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