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안구건조증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는 말처럼 옛날부터 눈은 인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눈에 발생하는 병은 작은 것이라도 그 불편한 정도가 매우 큰 편인데 불행하게도 눈에서 발생하는 질환은 난치성인 것이 많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현대인이 많이 앓고 있는 질환 중 하나인 안구건조증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필자의 기억으로 안구건조증이란 병명이 유명해진 것은 배우 한석규와 전도연이 주연했던 ‘접속’이라는 영화가 나올 즈음 이였던 것 같다. 1997년도에 개봉했던 이 영화에서 전도연은 안구건조증 때문에 슬픈 일이 있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 역을 맡았는데 극 중에서도 수시로 인공 눈물을 넣는 장면이 나왔었다. 그 이전에는 이 병이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화가 흥행하면서 인터넷이나 신문 기사에서 영화를 인용해 안구건조증에 대해 많이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비록 영화에서는 이 증상이 여주인공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감성적인 아이템으로 등장했지만 실제로는 환자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는 병이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의 부족이나 눈물 구성 성분의 이상, 또는 생활 습관의 문제, 라식 등과 같은 수술의 후유증 등으로 발생한다. 그 증상은 안구의 건조감, 작열감, 이물감, 소양감 등으로 다양하며 통증이 느껴지거나 충혈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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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업: 제주해경 *10P(53cm x 41cm) Mixed media on canvas 2008)

 

한의학에서는 이목구비와 혀를 오장의 상태가 드러나는 곳이라고 보는데 특히 눈은 간(肝)의 상태가 나타나는 곳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간장에 화기(火氣)가 발생하면 간(肝)에 저장된 피(血)를 졸이고 간장의 피가 졸아 들면 안구를 충분히 영양하지 못하게 되어 위와 같은 증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간(肝)에 화기가 형성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스트레스로 인한 울화(鬱火), 잦은 음주와 기름진 음식으로 인한 간장의 과부하, 다혈질적인 성격을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비단 이러한 요소 외에도 문화적인 요소가 있는데 과잉 비쥬얼의 문제가 그것이다.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으로 현대인들은 수많은 영상에 노출되어 있다. 대중교통을 타 보면 예전에는 좌석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있던 사람들이 많았던 반면 요즘 젊은이들은 휴대폰 및 각 종 휴대용 디스플레이 기기를 쳐다보며 눈을 혹사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사무직 회사원들도 거의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며 일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눈의 노동량이 배로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눈을 깜빡이는 동작은 눈꺼풀이 각막을 눈물로 코팅해주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디스플레이 기기에 집중하다보면 눈을 깜빡이는 동작의 횟수가 많이 줄어들게 되어 결과적으로 안구건조증을 발생시키거나 심화시키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원인에 맞는 처방을 통해 간(肝)의 화기를 내리고 혈을 보충하여 눈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며, 안구 주변의 혈 자리를 침으로 자극해 혈류 순환을 돕는 방법으로 안구건조증에 접근하고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국화나 박하를 살짝 우려낸 차로 눈의 화기를 내릴 수 있고 결명자 달인 물을 시원하게 하여 꾸준히 마신다면 눈의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0.03.16.

이태형한의원장 이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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