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스트레스- 명절 증후군

입춘도 지나고 설 연휴도 지났으니 이제 진정한 경인년이 되었다. 먹기 싫은 나이도 한 살 더 먹은 셈이다. 설 추석의 명절 때면 빠짐없이 나오는 이야기가 교통체증과 여성들의 명절 증후군이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 이 두 가지로 인해 짜증나고 스트레스 받는 날로 변해버리니 참으로 안타깝다.

병원에 가면 항상 듣는 이야기가 “꾸준히 운동하시고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것인데 집안 대소사를 직접 챙겨야하는 대한민국의 여성들에게는 이로 인해 없던 병도 더 생길 듯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스트레스란 무엇이고 구체적으로 이것이 몸을 어떻게 변화시키기에 만병의 근원으로 꼽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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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국현: 정지된 시간 *10F(53cm x 45.5cm) Oil on canvas 2007)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기의 움직임으로 파악하고 구체적으로 구분하였는데 기뻐하는 마음(喜), 슬퍼하는 마음(悲), 노심초사하는 마음(憂), 생각하는 마음(思), 놀라는 마음(驚), 두려워하는 마음(恐), 화내는 마음(怒) 등이 그것이다.

기뻐하는 마음은 기(氣)를 완만하게 하고, 슬퍼하는 마음과 노심초사하는 마음은 기(氣)를 소모하여 줄어들게 만들며, 생각하는 마음은 기(氣)를 뭉치게 한다. 놀라는 마음은 기(氣)를 혼란시키고, 두려워하는 마음은 기(氣)를 내려 처지게 만들며, 화내는 마음은 기(氣)가 올라가게 만든다. 여기서 기뻐하는 마음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스트레스의 범주에 해당될 수 있으며 지나치면 인체 기운의 흐름을 방해하여 여러 신체 증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 동의보감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쉽게 슬퍼하고 기뻐하며 감정 변화가 크기 때문에 남성들보다 쉽게 마음의 병이 생기기 쉽다고 기술되어있다.

 

이런 감정 변화로 인해 많이 생기는 대표적 증상 중의 하나가 매핵기(梅核氣)라는 병인데 목구멍에 매화씨 같은 것이 걸린 느낌이 들어 뱉어도 뱉어지지 않고 삼켜도 삼켜지지 않는 증상으로 서양 의학의 역류성 식도염과 증상이 비슷하다. (역류성 식도염도 의학 통계상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빈발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또한 기운이 갑자기 위로 치밀어 올라 순간 사람이 쓰러지고 사지가 쥐가 나듯 꼬이는 중기(中氣)라는 병도 있는데 명절날 간혹 이런 증상으로 앰뷸런스를 타고 실려 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중풍과 유사해 보이지만 중풍과는 다른 병으로 너무 화내거나 흥분해서 기운이 위로 솟구치면 순간 머릿속이 아득해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리고 대표적인 스트레스 질환 중 하나인 화병이 있는데, 이는 화를 자주 내거나 참지 못하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속으로 화를 참고 삭여서 생기는 병이다. 그 증상은 다양한데 가슴에 있는 '전중혈(양 유두의 가운데 부위)을 눌렀을 때 자지러지게 아파하는 증상이 나타나면 스트레스가 오래 쌓여 화병이 형성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전중혈의 통증은 특히 중년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심하면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스트레스 질환은 나쁜 감정을 제 때에 풀지 못하고 가슴 속에 담아두면서 심해진다. 나쁜 감정을 마음속에 지니고 되풀이 하여 생각하면 앞에서 얘기한대로 기운이 가슴에 뭉쳐 전중혈에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기운이 뭉친 증상에 '진피(陳皮:귤껍질을 말린 한약재)‘를 많이 쓰는데 명절 증후군으로 가슴이 답답한 주부님들은 이 진피차를 활용해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2010.02.18.

이태형한의원장 이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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