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식탐(食貪)

연말에 많은 송년회 모임과 회식이 있었을 터이고 새해에는 여러 신년행사와 설 명절이 기다리고 있어서 체중을 줄이려고 하는 분들에게는 연말연시가 괴로운 시기일 것 같다. 모임에서 동료들이나 친지들과 모여 식사를 하다가 보면 간혹 놀라울 정도의 식사량을 과시하는 분들을 가끔 본다. 또 TV에서 ‘식신’이라는 별명으로 활약하는 개그맨이 있어서 대식가들의 식사 모습도 접해 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분들 중 상당수는 본인이 식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식탐’이라는 것은 인체의 정상적인 ‘식욕’을 넘어서 음식을 ‘탐닉’한다는 약간의 중독성도 포함된 단어이다. 실제로 식탐이 있는 분들은 배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손이 간다고 한다. 이는 이미 허기를 채우려는 생리적 욕구를 넘어선 것으로 먹는 행위 자체를 탐닉하고 스스로 조절하기 힘든 지경까지 간 상황이다.

 

비슷한 현상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쓰러져 잠을 자는 기면증이 있는데 이 기면증은 질병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식탐은 개인의 의지문제로 치부되어 질환으로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막상 식탐이 심한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강제로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면 그 스트레스가 분노로 표출될 정도로 강해서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자제하기 힘든 때가 많다. 따라서 심한 식탐은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해 치료의 대상으로 삼아야지 개인의 의지만 문제 삼아 나무라기만 하면 안 된다. 이처럼 병적인 식탐을 가진 사람들 중 다수는 비만으로 이어지고 이는 또한 성인병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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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순: 침묵의 수면 *6F(41cm x 32cm) Mixed media on canvas 2008 )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식탐을 크게 2가지 관점에서 해석한다. 첫째는 위(胃)에 열이 많이 쌓여서 식욕이 증대되는 것으로 이는 화병과 같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대사이상으로 생긴 ‘담음’으로 발생한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갈증을 많이 호소하며 실제로도 많은 양의 물을 섭취하고 심한 경우 변비가 오기도 하는데 조기에 치료하지 못하면 당뇨병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 치료는 성질이 찬 한약재로 위(胃)의 열을 식혀주고 살집이 많아 위장의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는 땀을 내어 열을 빼주는 약재를 동반하여 처방한다.

 

두 번째 원인은 정신적인 것으로 마음속의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식욕으로 전이되어 먹는 것으로 대리 만족을 얻는 경우이다. 흔히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 먹는 것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것인데 여성들이 생리 전에 폭식을 하는 것도 비슷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소식하는 경향의 마른 체형의 사람들도 정신적인 압박감 등으로 많은 양의 음식을 먹기도 한다. 이처럼 정신적 원인으로 생긴 식탐은 한 번 먹을 때 폭식하고 그 후에는 식사를 거르는 등 식사 습관을 불규칙하게 만들어 결국에는 2차적 3차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건강을 해치게 된다. 이때는 무엇보다도 본인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인지하여 잘 풀어야 하고 문제가 복잡한 경우는 전문가에게 심리 상담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본인이 제어하기 힘든 정도의 식탐은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직 병적인 단계에 접어들기 전의 단계에서는 규칙적인 식사 습관, 오래 씹기, 섬유질 음식 섭취 등의 방법을 통해 공복감을 최소화시켜주고 적절한 운동과 취미활동을 통해 생리적 욕구를 분산시켜주면 식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010.01.15.

이태형한의원장 이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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