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한의학의 발한법(發汗法)

어느새 단풍인가 싶다가 낙엽이 날리는걸 보니 가을도 벌써 지나가는 듯하다. 여름에는 땀이 너무 많아서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왔었는데 이제는 몸이 너무 건조하고 가렵다며 하소연하는 환자분들이 더 늘고 있다. 오늘은 땀에 대하여 얘기해 보고자한다.

땀은 자율신경의 조절에 의해 발생하는데, 사람에 따라서 과도하게 나기도 하고 한 여름에도 별로 흘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땀을 한의학에서는 치료의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는데, 이 발한법(發汗法)이 적용되는 범위를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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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상: 파랑새가 있는-동심 *10P(53cm x 41cm) oil on canvas 2008

 

첫 번째는 발열을 동반한 외감성 질환으로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발열과 오한을 동반한 감기이다. 감기 치료에 쓰는 대부분의 한약재가 땀을 내는 작용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감기에는 발한법이 자주 쓰이는데 이렇게 땀을 내서 감기를 치료한다는 개념은 오직 한의학에만 있다. 필자는 감기 초기에 열이 좀 나기 시작하면서 으슬으슬 추우면 매콤한 찌개나 국으로 밥을 먹고 머리만 내놓은 체 이불을 둘둘 말고 잠을 청한다. 이 때 열이 심하면 머리에만 차가운 수건을 얹어 놓는다. 이렇게 해서 자는 동안 몸이 축축할 정도로 땀이 시원하게 나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감기가 뚝 떨어져버리는 경험을 누차 했다.

 

집에 어린 아이가 있는 경우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이고 옷을 다 벗겨 찬 수건으로 몸을 계속 닦는데 이렇게 하면 잠시 동안은 열이 떨어지지만 시간이 경과해 다시 열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찬 수건을 머리에 얹어서 뇌가 손상되는 것을 막는 것은 맞지만 인체 스스로 땀을 내어 체온을 정상화하게 하려면 머리를 제외한 몸은 오히려 따뜻하게 해서 땀이 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낫다.

두 번째는 피부 질환이다. 땀을 낸다는 것은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는 말초 혈관의 순환을 증가시키고 땀을 통해 인체의 각종 노폐물을 배출한다는 의미가 있다. 아토피 환자 중 스테로이드 제재가 함유된 연고를 오래 바른 환자는 피부 위를 손톱으로 긁어도 붉게 변하지 않는다. 이는 피부에 분포한 말초 혈관들에 혈액의 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도 한의학의 발한 치료는 큰 효과가 있는데 민간에서 피부 질환에 온천욕을 권장하는 것도 피부의 온도를 올려 발한을 유발하는 원리로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만 치료인데 한의학에서 쓰는 여러 가지 비만 치료 방법 중 사상체질의 태음인에 속하는 환자에게 해당된다. 태음인은 체질적으로 땀이 잘 나는 것을 건강한 상태로 본다. 태음인이 건강이 나빠져 땀이 나지 않으면 근육통을 동반한 몸살이 잘 생기고 살도 쉽게 찐다. 다른 체질에 비해 몸에 노폐물이 쉽게 쌓이는 태음인은 땀을 통해 노폐물을 배출하는 기전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능을 원활히 해주면 컨디션도 좋아지면서 살도 빠지는 1석 2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정에서 이용 할 수 있는 땀을 내는 한약재를 몇 가지 소개하자면,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계피나 생강을 차로 끓여 먹으면 좋고 평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칡즙을 내어 먹으면 땀을 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09.11.01.

이태형한의원장 이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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